사진출처: 키라메키
창밖으로 스며드는 저녁 햇살이 은은한 도산공원의 낭만을 실어오는 순간, 도산대로 28길 한편에 자리한 일식당 키라메키에 발을 들여놓았다. 일본 정통 와쇼쿠의 절제된 멋이 번뜩이는 입구를 지나면, 나무 향 가득한 공간이 잔잔히 펼쳐진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목재 테이블과 차분한 조명의 조화가 마치 여백이 많은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어디선가 솥밥 짓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고요한 분위기 속, 다정한 인사말과 함께 오마카세가 시작된다.
키라메키의 매력은 식사의 메인인 밥을 중심으로 한 코스다. 밥 위에 고명으로 올라가는 작은 요리들이 계절의 변화를 입안에 담아낸다. 야생버섯과 대나무순이 푸근하게 얹힌 신선한 솥밥은 따뜻한 밥알 사이사이에 재료의 향이 배어 나고, 입 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정갈하게 조리된 회와 가이세키 요리는 밥과 어우러져 식사의 흐름을 지극히 부드럽게 이끈다. 사시미를 살짝 스치듯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신선한 바다의 향과 사각사각 식감이 어우러져 눈을 감게 한다. 사이드로 나오는 절임류와 깔끔한 육수가 인상적이다.
시소 소스와 함께 곁들인 도미회나, 신선한 와사비 향이 코끝을 스치는 시원한 국물도 정갈하다. 각 접시마다 나온 작은 밥그릇에는 아낌없이 올려진 간장과 생선알, 곱게 간 식재료가 어우러져 마치 작은 예술 작품 같다. 요리마다 곁들이는 일본 차 한 잔은 기름진 맛을 깔끔히 감싸주어, 미각의 균형을 세심하게 맞춘다.
내부는 마치 비밀스러운 다실 같은 구조다. 나무 바 테이블과 룸을 나누는 파티션은 정갈함과 프라이빗을 모두 잡았다. 은은한 노란 빛 조명 아래 술병들이 진열된 작은 바에서는 셰프가 손님과 교감을 나누며 음식을 만든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쾌적하며, 위생 상태도 믿음직스럽다. 직원들은 최소한의 목소리로 예의를 다해 안내하며, 손님의 수저 위치 하나까지 세심히 배려한다.
손님은 주로 미식가들로 보였는데, 가볍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나 친구들이 자주 보였다. 한입 밥알을 입에 넣으니, 김과 해조류, 채소의 풍미가 잔잔히 올라와 마음이 평온해졌다. 밥알 하나하나에 계절의 맛을 담아낸 키라메키의 솥밥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선 경험이다. 번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잠시 느리게 호흡하며, 여유롭고 정갈한 식사를 원하는 날이라면 다시 찾고 싶어질 공간이다.
[업체 정보]
업체명: 키라메키
업종: 일식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28길 18, 1층 (신사동)
전화번호: 010-3894-2356
영업시간: 저녁만 운영, 화~토 18:00–22:00 (일·월 휴무)
대표 메뉴 및 가격: 오마카세 코스 (10만 원대, 계절에 따라 메뉴 변경)
공간 구성: 바 테이블 / 룸 혼합 (약 20석 규모)
주차: 불가 (대중교통 이용 권장)